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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자의 리뷰/물건

[필름카메라]코니카빅미니(bigmini)

by Toby_Choi 2019.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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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내 감성을 포기하면 안된다. 안그래도 돈없어서 밤고구마처럼 팍팍한 삶에 체하지 않으려면 김치라도 함께 먹어야 할 것 아닌가?

 

나는 감성충이라 효율보다는 감성을 추구할 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것이다.

 

사실 이제 왠만해서는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 이유는 없다.

저렴한 디지털카메라라도 심지어 핸드폰카메라도 요즘 기종이면 사진 잘 나온다.(내가 찍으면 뭘로 찍어도 안 나온다...)

단지 그놈의 감. 성 단지 그 감성 때문인데 그게 참 묘하다.

 

기계적인 성능도 떨어지고 찍고 나서 결과물도 바로 볼 수 없고 필름도 갈아 끼워줘야 하고

인화도 해야 하고 이거 뭐 불편하기가 조던 에어포스 1 신고 농구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필름 카메라를 2대 가지고 있는데 실제 사용하는 건 하나뿐이다.

 

 

바로 코니카 빅 미니!

영롱..

진짜 말도 안 되게 예쁘다.

사진을 찍으려고 전원을 켜면 렌즈가 나불럿쪙? 하고 나온다.

 

 

나불럿쪙?

이 카메라는 좀 특이한 경로로 구매했는데.

 

바로 일본 경매사이트에서 샀다.

당시 한창 우리나라에서 필름 카메라가 유행을 탈시기라 돈이 좀 될까 싶어서 보는데

마침 꽤나 인기기종인 코니카 빅 미니가 굉장히 싼 가격에 올라와 있었다.

심지어 한자로 극미품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쓰여있었고 경매 마감이 2분 남았었는데

가격은 우리 돈으로 10만원? 정도라 숨도 쉬지 않고 사이트 가입에 송금 결제까지 완료해 낙찰받았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중고나라에 25만원에 되팔 생각에 기분이 몹시 좋았는데..... 

 

이후 찬찬히 적힌 설명을 번역해보니..

[극미품(한자)]외관은 깨끗함. 작동은 하지 않으니 부품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일본어)

(네 맞습니다.. 초등학교 때 열심히 장원한자로 공부한 사람 일본에서 호구맞습니다 ㅎㅎ..)

 

판매자에게 누구보다 빠르게 낙찰 취소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의 내용은... [매우 유감이지만 어림없어^^]

 

 

그렇게 받은 코니카 빅미니와 가죽케이스

그렇게 카메라와 케이스를 받았는데 심지어 케이스에는 흰 잉크로 이름도 적혀있었다.

(안녕 나카타 씨^^)

 

여기서 잠깐!

현재 사용하는 카메라라고 하더니 작동을 안 하면 사진 찍는 거 말고 이런 짓 저런 짓 하는 데 사용한단 말이야?

라고 하시는 분들 있을 수 있는데...

 

종로 4가 세운스퀘어에서 고쳤다!

 

이제 사진은 찍을 수 있는데 다만 데이터백은 못 고쳐서 진짜 [켜고/ 사진 찍고/ 끄고] 이 세가지만 할 수 있다.

고장난 데이터백

다행히 원래 자동카메라라서 플래시도 조금 어두우면 자동으로 터지고 필름은 다으면 자동으로 감기니까 컷 수를 셀 필요도 없으니 상관없다.(사실 존나 불편하다. 그래도 필카가 또 불편한 게 감성 아니겠어?)

 

아무튼 그래서 팔지는 못하고 계속 사용 중이다. 

나와 카메라의 역사는 여기까지고 과연 험난한 과정을 거쳐 되살린 카메라의 결과물은...??

 

 

여름

 

 

 

 

 

 

 

 

카페

별다른 조작이나 후보정 없이 그냥 찍어도 감성이 올라온다.

이 오래된 느낌 찐득한 색감... 물론 후보정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겠지만 그게 그.... 우리 감성은 아니니까..

 

아무튼 돈 없다고 맨날 방구석에 처박혀서 우울하게 가성비만 따지지말고 필름카메라로 사진찍으면서 감성을 채워라!

그게 가난한 삶을 버틸수 있는 힘이 되어줄것이다!